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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억울한 옥살이’ 발생 초기에 막을 수 있었다···경찰 영사조력 부실 드러나

멕시코 산타마르타 교도소에서 8개월 넘게 수감중인 애견 옷 디자이너 양현정(38)씨 사건과 관련해 멕시코 검찰의 양씨 조사과정 등에 있어 이임걸 경찰영사가 외교부 본부에 보고한 내용들이 상당 부분 사실과 다른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시아엔>은 경찰영사가 본부에 보고한 ‘W주점 사건 일지’를 분석한 결과 이 경찰영사가 종전 자신이 <엘 코리아노> 등 현지 동포언론 및 블로그 등에서 밝힌 것과 다른 내용을 곳곳에서 발견했다. 이에 따라 10월4일 주멕시코 한국대사관에서 열리는 국정감사 과정에서 이 문제가 집중 다뤄질 전망이다.

이임걸 경찰영사는 9월 2일자로 본부에 제출한 일지에서 사건 발생 이튿날(1월16일, 토) 오후 1시 멕시코 검찰이 멕시코 한국대사관 경찰영사에게 통역지원을 요청해와 오후 3시 통역을 대동해 출두해 양현정씨를 면회했다고 보고했다.

이 보고대로 경찰영사는 멕시코 검찰에 출두(1차)했지만 이때 영사조력을 제대로 하지 못해 사건을 악화시킨 것으로 양씨와 양씨 주변인물 취재 결과 드러났다.

교민 L씨는 “이임걸 영사는 사건 발생 뒤 다소 시간이 지연된 16시간만에 검찰에 나타났지만 영사조력을 제대로 했다면 양씨 등 한국의 피해여성들을 초기에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영사조력이 실종되는 치명적 잘못이 시작된 게 바로 이때였다”고 말했다. 또 L씨는 “처음 영사가 검찰에 출두해 양씨 등 한국 피해여성들을 먼저 만나, 이들이 통역도 없이 16시간 이상 어떤 상황에서 조사를 받았는지, 인권침해 등은 없었는지를 파악했어야 했는데 이에 대한 조치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멕시코 검찰은 동행한 통역을 통해 이임걸 영사에게 “우리는 한국의 마피아가 가라오케로 위장해 운영하는 매음굴에서 인신매매, 구금, 감시, 성착취, 갈취에 내몰린 한국여성 5인을 구출해 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교민은 “경찰영사는 멕시코 검찰의 의해 인신매매 주범 중 한 명이라고 지목된 양씨에 대해 선입견을 갖고 양씨가 어떤 사람인지 슬쩍 둘러보았을 뿐 별다른 대화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양씨와 피해여성들로부터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양현정씨도 <아시아엔> 전화통화에서 “경찰영사님이 3분 가량 내 앞에 와서 몇 마디 하고는 사라졌다”며 “검찰에 연행돼 물도 못 마시고 강압적인 분위기에 겁에 질려 있는 상태였는데 영사님은 뭐라고 뭐라고 말하고는 자리를 떴다”고 전했다.

앞서 교민 L씨는 “자국민을 접견하러 왔다면 설령 그가 범죄자라 하여도 사건의 자초지종을 충분히 들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탓에 제대로된 상황파악에 실패하고 이후 적절한 대응을 못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직 경찰영사는 “경찰영사는 통상 양씨 사건 같은 일이 발생할 경우 최대한 신속히 출두해 자국민을 먼저 접견해 현지 공권력이 정당한 절차에 의해 조사하고 있는지, 인권침해는 없었는지, 변호사 조력은 제대로 받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제대로된 진술을 하고 있는지 등을 파악한 후 조치를 취하는 게 기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1차 검찰에 출두 했을 때, 이임걸 경찰영사는 양현정씨 외에 W노래방에서 도우미(보고서엔 종업원으로 나옴)로 일하다 연행된 한국 피해여성 5명에 대해서는 별도로 만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영사는 멕시코 검찰 조사를 받고 있던 이들을 유리 칸막이 너머로 잠시 ‘구경’만 하다 자리를 떴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경찰영사가 사건 초기 영사 조력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앞서 밝힌 대로 멕시코 검찰의 주장에 지나치게 경도되면서 한국 피해여성의 의견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갖고 있다.

영사가 사건 발생 후 최근까지 인터넷 등에 게시한 글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는 “멕시코에서는 강제로 일을 시키거나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지 않고 착취하는 것은 피해자 1인당 10년 이상 15년 이하의 중범죄”라며 마치 양현정씨가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단정하고 “멕시코 검찰에서 이에 대한 많은 증거자료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같은 경찰영사의 주장은 사건 발생 이튿날 멕시코 검찰이 그에게 (허위로) 설명한 것과 같은 내용이다.

하지만 법원 심리 과정에서 멕시코 검찰이 제시한 증거 목록은 모두 증거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기각됐다.

이같은 사실은 결국 멕시코 검찰이 양씨를 인신매매 주범으로 몬 것은 조작에 의한 것이며 경찰영사는 영사조력을 제대로 하지 않음으로써 사건 조작에 가담했거나 최소한 이를 방조했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갖는다.

한편 ‘W주점 사건일지’에 따르면 사건 발생 1시간 가량 지난 후인 1월16일(토) 0시30분경 한국여성 이아무개씨가 진술서에 서명한 후 먼저 귀가한 것으로 보고돼 있다.

그러나 이같은 보고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종업원 이아무개씨는 이임걸 영사의 보고 시간인 16일 0시30분이 아니라 이 영사가 이날 오후 검찰청에 출두하고 4시간 가량 지난 밤 8시께 진술서에 서명했으며 그로부터 4시간 뒤인 이날 자정께 구금에서 풀려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아무개씨는 경찰영사가 아무런 조치도 없이 검찰을 떠난 뒤 허위진술서에 서명한 것으로 밝혀졌고 당시 이씨는 심한 공황장애에 시달리며 변호사와 정식 통역도 없는 상태에서 내용 파악도 제대로 못한 채 허위진술서에 서명해야 했다.

휴대한 약을 빼앗겼으며 서명하면 압수한 약을 돌려주겠다는 멕시코 검찰의 강압에 못 이겨 먼저 서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하루 뒤 검찰청사에 나온 경찰영사는 멕시코 검찰의 진술서 서명 독촉에 “진술서는 다시 쓰면 된다. 일단 서명해도 된다”고 종업원들을 설득한다. 이에 먼저 귀가한 이씨를 제외한 종업원 4명은, 양씨의 강요에 의해 매매춘 행위를 했다고 작성된 자신들의 (허위) 조서에 서명을 모두 마친다. 이에 따라 양씨는 인신매매범이 되고 멕시코 검찰의 발표대로 멕시코 방송들은 “한국의 마피아가 W주점에서 매매춘을 벌였으며 멕시코 검찰이 이들을 모두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아시아엔=박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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