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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열전 17] '쿠바의 여왕,' 애나 몬테스(上)

" 미군 전투병들을 위험에 빠뜨렸을 뿐만 아니라 미국민을 배신했다. 전문가들조차 피해 범위를 가늠할 수 없다고 밝힐 만큼 수많은 기밀을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기밀을 넘겨받은 쿠바는 이를 다시 러시아, 중국, 이란, 베네수엘라 심지어는 북한에 팔아넘겼을 정도로 위협의 수위는 계속 높아졌다…"

미 CNN 방송 인터넷판이 지난 7월 11일 자로 보도한 내용의 일부다. CNN은 "당신이 들어본 적이 없는 가장 위험한 미국 스파이"(The most dangerous U.S. spy you've never heard of)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그가 끼친 폐해가 얼마나 큰지를 강조했다.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주인공은 미 국방정보국(DIA) 소속 고위 분석관인 애나 몬테스다. 올해 59세인 그는 지난 2001년 9월 간첩혐의로 체포돼 2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간첩 혐의로 복역 중인 애나 몬테스의 상반신 사진[위키피디아 제공]

◇ 넉넉한 가정의 모범생으로 성장… 가부장적인 부친에 반감

애나 몬테스는 1957년 독일 주둔 미 육군 기지에서 푸에르토리코계 부모 사이의 4남매 중 장녀로 태어났다. 군의관인 부친은 육군 내에서 제법 유명인사였다.

몬테스가 고등학교에 진학할 무렵 부친은 군의관 생활을 접고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귀국했다. 정착한 곳은 메릴랜드주의 토슨이었다. 수도인 워싱턴 D.C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인 이곳은 전형적인 중산층 거주지다.

아버지는 이곳에서 개업해 단기간에 성공했다. 사교적인 성향의 어머니 역시 이내 지역사회의 유명인사가 됐다. 몬테스도 록 레이븐 고교의 촉망받는 학생이었다. 졸업할 때 그의 성적은 4점 만점에 3.9였을 정도였다.

외부인에게는 다정다감한 아버지는 실상 가정에서는 정반대였다. 가부장적인 인물로 자녀들에게 절대 순종을 요구했다. 이에 따르지 않으면 매를 들기 일쑤였다. 어머니는 남편을 설득하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자 이혼을 선택했다. 몬테스가 15살 때 부부는 갈라섰다.

권위적인 부친에 대해 몬테스는 반감을 품었다. 성장 과정의 이런 반감은 훗날 그가 '약소국' 쿠바를 위해 스스로 간첩활동을 하기로 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정신과 전문의들의 분석이다.

조지 테닛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부터 상을 받는 애나 몬테스[위키피디아 제공]

◇ 대학생 때 만난 친구의 영향으로 반미 감정

고교 졸업 후 몬테스는 버지니아대에 입학했다. 학교 성적으로는 하버드나 예일 같은 아이비리그에 입학할 수 있었지만, 결국 버지니아대를 선택했다.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977년 몬테스는 무료한 대학생활에서 벗어나려고 스페인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스페인에서 그는 아나 콜론이라는 아르헨티나에서 온 교환학생과 친분을 쌓게 됐다. 잘생긴 외모의 콜론은 좌익성향을 가진 인물이었다. 콜론은 미국이 중남미 독재정권의 비호세력으로 '민초'들을 억압하고 있다는 식의 반미 감정을 몬테스에게 자연스럽게 심어 주었다.

더구나 당시 스페인에서는 좌익이 주도한 반미시위가 한창이었다. 몬테스는 반미시위의 단골 참가자였다. 시위에 참가한 후 몬테스는 미국 정부가 다른 나라에 어떤 악행을 저질렀는지를 설명하곤 했다고 콜론은 회고했다.

대학 졸업 후 몬테스는 부모의 고국인 푸에르토리코에 잠시 체류했다. 그러나 안정적인 직업을 찾지 못한 채 귀국한 그에게 의외의 제의가 들어왔다. 법무부에서 일할 기회였다.

타이피스트를 겸한 이 일에 그는 성실했다. 성실성을 인정받은 몬테스는 1년 후 연방수사국(FBI)의 1급 기밀취급 인가를 얻기도 했다. 법무부에서 일하면서 그는 존스 홉킨스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 석사 과정을 이수했다.

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그는 중남미 독재정권에 대한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의 지원정책에 더욱 반감을 갖기 시작했다. 특히 니카라과 좌익 정부에 대항해 게릴라전을 해온 콘트라 반군 세력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에 노골적으로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이런 좌익성향을 지닌 젊은 미국 여성 공무원을 쿠바 정보국이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때마침 반미성향을 가진 미국 지식인포섭 공작에 나선 쿠바 정보국의 눈에 몬테스는 가장 적절한 공작 대상자이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연합뉴스  sh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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