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국제 남미
멕시코판 ‘집으로 가는 길’···30대 한국여성 200일째 ‘억울한 옥살이’

“의혹이 잘 풀려서 빨리 집으로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2002년 멕시코 한인의류회사를 마약과 무기밀매 조작으로 풍비박산 낼 때와 똑같네요.”

“서명합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한국 외교공관원의 태만과 무능력으로 피해 받는 국민의 현실입니다.”

“국민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정부가 되었으면 합니다. 국민은 개, 돼지가 아니지 말입니다.”

이곳 멕시코시티에서 다음 아고라 ‘이슈청원’ 코너에서 벌어지고 있는 서명운동에 달린 댓글이다. 7월20일 시작한 서명은 9월 30일까지 5천명을 목표로 했다. 9월 8일 현재 800여명에 그쳤지만 참여자들의 열기는 무척 뜨겁다.

교민들은 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을까? 관광비자로 멕시코 여행을 하던 한국인 여성 양아무개(37)씨는 성매매 알선 혐의로 멕시코 교도소에 수감돼 7개월째 수감돼 있다. 양씨는 지난 1월 중순 친동생의 지인이 운영하는 노래방(주점)에서 잠시 카운터 일을 봐주다가 들이닥친 멕시코 검찰에 의해 종업원들과 함께 연행됐다. 양씨는 여성 종업원들을 감금하고 성매매를 시켰다는 혐의로 구속돼 현재까지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종업원들은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이들은 성매매를 한 사실이 없는데도 멕시고 한국대사관 이아무개 경찰영사가 멕시코 검찰이 제시한 거짓 진술서에 서명하라고 말해 실제 하지 않은 성매매를 인정함으로써 양씨가 ‘억울하게’ 혐의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경찰영사가 불성실한 태도로 (멕시코 검찰에서 조사받던) 양씨와 종업원들을 조롱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는 증언도 나왔다. 종업원들은 사건 얼마 뒤 모두 석방돼 귀국했으나 양씨는 3일 현재까지 이곳 멕시코 교도소에서 수감돼 있어 자칫 ‘제2의 집으로 가는 길’ 사건으로 비화될 우려도 있다.

필자가 양씨와 당시 양씨와 함께 연행됐던 사람들로부터 진술을 듣고 재구성한 사건 개요는 이렇다.

1월15일 자정쯤 복면을 쓰고 장총과 해머를 든 남자들이 W주점에 들어와 멕시코인 3명과 양씨를 포함한 한국인 여성 6명, 한국인 손님 2명을 연행했다. 멕시코 검찰은 연행자들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스페인어를 못하는 한인여성들을 위해 손님으로 연행된 박아무개씨에게 통역을 맡겼다. 멕시코 검찰은 이름이 알려지길 꺼려한 박씨에게 통역을 맡기는 대신 검찰조서에서 이니셜만 표기해 주기로 약속했다.

박씨의 통역에 의해 작성된 멕시코 검찰 조서에는 양씨와 멕시코 웨이터가 한인여성들을 강제로 구금하고 성매매를 시켰으며 화대를 갈취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연행된 여성들은 진술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며 조서에 30시간 가까이 서명을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여성들은 멕시코 검찰로부터 잠을 안재우고, 복용할 약을 빼앗기는 등 부당한 인권침해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버티는 동안 주멕시코대사관의 경찰영사와 통역이 도착했다.

하지만 연행된 여성들이 서명을 거부하자 경찰영사는 “일단 서명을 하고 나중에 멕시코 검찰과 협의해 잘못된 진술내용은 첨부서류로 바로잡겠다”고 약속해 서명이 이뤄졌다. 하지만 진술서 재작성이 5일이나 미뤄지면서 나중에 추가작성된 진술서가 멕시코 법정의 구속적부심 심사에 증거로 제출되지 못했다. 결국 양씨와 멕시코 웨이터는 1차 진술에 근거해 성매매 가해자 혐의로 구속됐다.

이 과정에서 나머지 5명의 여성들은 성적착취 피해자로 멕시코 언론에 보도됐다. 하지만 해당 여성들은 이같은 사실을 부인하고 부당한 조서를 작성했다는 탄원서를 작성하는 등 구속된 양씨 구명에 나섰다.

양씨는 현재 본 재판을 기다리며 수감중이고 암파로(Amparo, 헌법소원 이의제기)를 통해 구속 적법성에 대한 심리가 진행되고 있다. 종업원들은 한국으로 귀국했다.

대사관측은 이 과정에서 “(양씨) 죄 여부는 멕시코 법원의 판결에 따를 수밖에 없다. 나름대로 여러 차례 영사 면회를 하고 공정한 재판을 멕시코 당국에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상에서 보듯 양씨는 지금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 필자는 양씨가 수감된 이후 꿈에서도 오래 전 본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이 종종 나타난다. 영화에서 주인공 전도연은 마약운반 혐의로 프랑스 오를리 국제공항에서 체포된다. 전도연은 자신이 운반한 물건이 마약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몰랐기에 단순 가담자로 분류됐지만 현지 공관의 무성의로 석방되기까지 2년이나 걸렸다.

그런데 현재 이곳 멕시코에선 대한민국 공관의 무성의로 이와 유사한 실화가 7개월째 진행되고 있다. 영화 <집으로 가는 길>보다 더 처참한 상황에 처해질 수도 있다.

양씨는 ‘최장 105년 징역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 양씨는 열악한 시설의 멕시코 교도소에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멕시코의 사법 특성상 피해자측의 전문적인 대응 및 방어가 부족하면 재판 대기기간은 계속 늘어날 수도 있다. 현재 이곳 교민사회에서는 이 사건에 대한 대사관 영사가 진정성 있게 피해자를 구하려고 노력했느냐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피해자측과 담당 경찰 영사 역시 이를 두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구속될 사유가 없는 양씨가 대한민국 경찰영사의 조력이 있었는데도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멕시코 검찰의 발표처럼 양씨가 엄청난 범법을 했기 때문인가? 답은 “절대 그렇지 않다”이다.

여기엔 멕시코 공권력의 비열한 음모가 숨어 있다. 게다가 어리석게도 그 음모에 넘어가 양씨가 ‘합법이란 이름’ 아래 구속 기소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대한민국 공관의 무기력, 무능과 직무유기가 도사려 있다. 지난 7월에 이어 5일 3번째 암파로 심리가 있지만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질 지 알 수 없다.

양씨가 추방형식으로라도 한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얼마나 가능성이 있을지 우려된다.

설령 석방된다 하더라도 그녀의 무고한 수감에 대한민국과 대사관은 책임을 져야 한다. 양씨와 가족들은 “자국민을 보호해야할 공관이 보호는커녕 무성의와 눈속임으로 일관한 것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한다. 이들은 “제2, 제3의 ‘집으로 가는 길’ 피해자는 더 이상 나와선 안된다. 그래서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고 했다.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서명자들의 댓글 몇 개를 더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정말 욕 나온다 가서 두들겨 패고 싶다.”

“우리나라 외교라인의 명예를 걸고 해결해야할 것입니다.” “국내나 국외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네요. 개인적인 일탈~ 무서운 말이죠.”

“꼭 무죄가 입증되어 풀려나시길···. 멕시코 담당영사의 자국민에 대한 부당한 처사를 강력히 규탄합니다.”

이 가운데 필자 눈을 붙잡는 글이 띄었다.

“그곳이 성매매 업소라면 그동안 그곳에 출입한 대사관 직원들도 처벌받아야 하는 거 아닌지.”

멕시코판 <집으로 가는 길>은 이쯤에서 제발 멈추길 바란다.

[아시아엔=멕시코시티 홍금표 ‘팬 트랜스’ 대표]

뉴스타겟  webmaster@newstarget.kr

<저작권자 © 뉴스타겟,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타겟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