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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블랙홀은 가능할까?

                     

SF나 천문학에 관심이 있지 않더라도,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은 블랙홀(Black hole)의 뜻을 알 것이다. 최근 블랙홀은 ‘한번 들어가면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다’는 뜻의 일상적인 용어로까지 쓰이고 있다.

블랙홀은 예전에는 매우 신비스럽고 불가사의한 존재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관측 천문학과 현대 물리학의 발전으로 블랙홀의 존재가 다수 확인되면서 그 실체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초대형 입자가속기 등을 가동해 인공 블랙홀 혹은 미니 블랙홀을 만들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영화에 나타난 블랙홀의 모습, 그리고 블랙홀에 대해 여전한 오해는 없는지 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하다.

가운데에 블랙홀이 있는 소용돌이은하(M51)의 중심부 ⓒ ESA/Hubble

아무래도 블랙홀에 대해 가장 인상적으로 묘사되었던 최근의 영화는, 국내에서 천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던 SF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 2014)일 것이다.

이 영화는 갈수록 척박해지는 지구를 대신하여 인류가 거주할만한 새로운 행성을 찾아 떠나는 내용이다.
단순히 우주여행을 주제로 한 범상한 SF액션물에 멈추지 않고, 상대성이론 등 현대물리학을 접목하여 개연성을 높이고 나름대로 많은 공을 들여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블랙홀 장면 등이 화제가 되었던 영화 인터스텔라의 포스터 ⓒ워너브라더스코리아(주)

이 영화에서 특히 화제가 된 블랙홀 장면 관련,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특수효과팀은 블랙홀을 실제와 가깝게 묘사하기 위하여 이론물리학자 킵 손(Kip Thorne; 1940-) 등의 자문을 받았다고 한다.

킵 손은 레이저 간섭에 의한 중력파 관측의 아이디어를 낸 공로로 2017년도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바 있다.

킵 손은 이론적 계산을 바탕으로 블랙홀의 컴퓨터 그래픽 등에 조언을 해 주었다.

그런데 영화제작진과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킵 손 역시 영감을 얻어 블랙홀 등에 대한 새로운 논문을 발표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영화적 상상력이 현대물리학 이론에도 영향을 준 셈이다.

영화 인터스텔라 자문에도 참여했던 2017년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킵 손 ⓒ GNU Free

빛조차도 빨아들이는 블랙홀은 처음에는 학자들의 이론적 상상에서 탄생하였으나, 현대물리학과 관측천문학이 발전하면서 블랙홀이 실제로 우주 공간에 다수 존재함이 입증되었다.

블랙홀은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의 일반 상대성이론에서 예측된 천체의 하나로서, 빛을 내던 별이 수명을 다하면서 폭발할 때에서 생기는 어둠의 천체이다.

블랙홀은 별의 진화에서 마지막 단계, 즉 태양보다 10배 이상 무거운 별들이 폭발하는 과정에서 중심부의 물질들이 급속히 응축되어 밀도와 질량이 극대화되면서 탄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력이 너무도 커서 어떤 물체도 이 천체를 빠져나올 수가 없으며, 심지어 빛조차도 빠져나오지 못하기 때문에 검게 보인다 해서 블랙홀이라 부르게 되었다.

블랙홀의 가상적인 모습 ⓒ wikipedia

만약 지구 정도의 질량을 지니는 천체가 블랙홀이 되려면 반지름이 거의 1cm 이하로 압축되어야만 가능하다. 블랙홀은 우주 공간에 우리의 은하계 안에서만 약 1억 개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여러 성단과 은하계의 중심에는 태양 질량의 1천 배에서 수십억 배에 이르는 거대한 블랙홀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블랙홀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올해 타계한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1942-2018)은 블랙홀에 대한 새로운 이론들을 내놓기도 했다.

즉 블랙홀이 빛을 포함한 모든 물체를 삼켜 버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복사에너지를 방출한다는, 이른바 호킹 복사 이론이다.

블랙홀에 관한 호킹복사 이론을 내놓았던 생전의 스티븐 호킹 박사 ⓒ wikipedia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는 ‘웜홀(worm hole)’, 즉 ‘사과 속의 벌레 구멍 같은 공간’으로 우주선이 빠져 나아가면서 지름길로 우주여행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마치 축지법을 쓰는 듯한 웜홀에 의한 우주여행은 킵 손이 ‘시공간의 웜홀과 성간여행에서의 그 유용성’(Wormholes in Spacetime and Their Use for Interstellar Travel) 등의 논문에서 제시한 바 있고, 이후 여러 SF소설과 영화에서 자주 등장해왔다.

또한 웜홀의 빠져나오는 공간, 즉 출구를 이른바 ‘화이트홀(white hole)’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웜홀이나 화이트홀 등은 일부 이론물리학자들의 가설 수준으로서, 존재가 증명된 적은 없다.

설령 웜홀이 존재한다고 해도, 실제로 우주선이 무사히 진입하고 통과할 수 있을지는 매우 의문이다.

영화 ‘토르-다크 월드(Thor-The Dark World; 2013)’를 보면 어둠의 종족인 다크 엘프가 오래전부터 지녀왔던, 대단한 에너지와 파괴력을 가진 에테르라는 무기가 나온다.

이 무기는 검은색을 띠면서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것으로 묘사되는데, 이는 똑같지는 않지만 마치 블랙홀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과연 이와 같이 작은 블랙홀도 가능할까?

 

우주 공간에는 거의 원자 하나 정도의 크기의 아주 작은 미니 블랙홀들이 다수 있을 것이라 주장하는 과학자들도 적지 않다. 아주 오래전 우주가 빅뱅(Big Bang)이라는 대폭발로 탄생할 때 고온, 고압의 상태에서 수많은 미니 블랙홀들이 만들어졌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미니 블랙홀의 존재가 아직 명확히 확인된 적은 없다. 그러나 일부 과학자들은 빠른 속도로 우주 공간을 떠돌아다니는 미니 블랙홀이 지구에 충돌한다면 소행성이나 혜성이 지구에 충돌하는 것과 유사한 피해를 줄 수도 있다고 얘기한다.

그 예시로 언급되는 대표적인 사건이 아직 그 실체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퉁구스카 대폭발이다. 

이는 1908년 6월 시베리아의 퉁구스카 지역에서 혜성이나 작은 소행성이 떨어져 큰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다. 그런데 이 폭발이 미니 블랙홀이 떨어져서 일어난 것이라고 주장하는 논문이 유명 과학저널에 발표된 적이 있다.

한편 최근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등이 거대 입자가속기를 가동하면서, 실험 과정에서 미니 블랙홀이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은 적이 있다. 이와 동시에, 혹 그렇게 만들어진 블랙홀이 지구를 빨아들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함께 나온 바가 있다.

몇 년 전에는 중국의 한 연구팀이 인공 블랙홀을 개발하는 데에 성공했다는 보도가 나와서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한 적도 있다. 그러나 대단한 중력을 지닌 엄밀한 의미의 블랙홀이 아니라, ‘메타물질로 만든 전자기적 블랙홀’, 즉 특정 파장의 전자기파만을 흡수하는 물질이라는 의미에서 편의상 블랙홀이라 부른 것에 불과했다.

심지어는 블랙홀을 실제의 구멍 비슷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와 같은 대중들의 블랙홀에 대한 여러 오해를 불식하고 올바른 이해를 돕도록 관련 전문가나 대중매체 등이 다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최성우 과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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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홀의 가상적인 모습 ⓒ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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