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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문재인정부가 이상하다(영남시론)
▲출처: 네이버 이미지

문재인정부가 이상하다. 집권한 지 1년이 다가오며 이런저런 문제가 나타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최근 김기식 사태와 드루킹 댓글 사건과 관련된 여권의 대응은 이해하고 넘어가기에는 뭔가 부자연스럽고 억지스럽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기식 사퇴를 요구하는 야권에 대해 선관위 질의로 응답했다. “하나라도 불법이 있으면 사퇴시키겠다. 불법이 없어도 평균 이하의 도덕성이면 사퇴시키겠다.” 정치인의 도덕성 평균을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평균 이상이면 괜찮고 평균 이하면 안 된다는 논리도 이상하다. 금융개혁의 적임자라면서 임명한 김기식 원장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최소한 개혁당할 금융기관들보다는 더 나은 도덕성이 필요한 것 아닌가. 김기식 사태는 선관위의 후원금 고액기부 위법 판단과 김 원장의 사의표명으로 일단락됐지만,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결단이 아니라 선관위의 유권해석으로 사태가 마무리됐다는 점에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드루킹 사건은 더 이상하다. 드루킹 사건을 김모씨의 개인적 일탈로 치부하고 싶은 여권의 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드루킹이 오랫동안 진보진영에서 정치·시사평론 활동을 해왔고 팟캐스트를 운영한 파워블로거였다는 점, 드루킹은 혼자가 아니라 공범이 여러 명 있었고 이들이 운영한 카페가 회원 수천 명을 보유하고 있었던 점, 드루킹이 요구한 일본대사·오사카 총영사·청와대 행정관 자리가 결코 아무나 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님에도 드루킹이 이를 당당하게 요구 추천했고 또 김경수 의원이 청와대에 전했다는 점,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추천된 인물을 검증해 부적격 판단을 했음에도 드루킹이 지속적으로 ‘반협박성’ 요구를 했고 드루킹이 추천한 인사를 민정비서관이 다시 만났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여권이 말하는 드루킹의 개인적 일탈로는 저간의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

청와대의 대응도 이상하긴 마찬가지다. 드루킹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청와대는 대선 당시 캠프에서 벌어진 일이므로 더불어민주당에서 대처할 일이라면서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불과 하루도 안 돼 청와대 관계자가 나서서 김경수 의원으로부터 전달받은 인사추천안을 인사비서실에서 점검해 부적격 판단을 내렸고 김경수 의원이 다시 민정비서관에게 이 사안을 제기하자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피추천인을 직접 불러 청와대 면회실에서 1시간 동안 면담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설명대로라면 드루킹의 추천이 김경수 의원을 통해 청와대 인사비서실과 민정비서실을 거쳐 마무리됐다는 뜻이다.

청와대는 애초 드루킹과 아무 관련 없다고 했다가 말을 바꾼 데 대해서는 민정수석실에서는 알고 있었으나 언론을 담당하는 대변인 등이 몰랐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청와대의 해명을 믿어야 하나, 믿지 말아야 하나. 다른 것도 아니고 민주당 당원들이 저지른 댓글조작 사건에서 시작된 일이고 사건의 주범이 진보진영의 파워블로거인 드루킹인 데다가 여권의 핵신인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 대변인이 민정수석실이 이미 파악해 처리한 사실도 모르고 청와대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발표한 것을 단순히 대변인이 잘 몰라서라고 설명하고 넘어가도 되는 것인가.

고공비행을 계속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명약도 자꾸 쓰면 효용가치가 떨어지는 법이다. 여권은 어떻게 해도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상황을 정리해주고 선거승리를 이끌어내 줄 거라고 굳게 믿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매에는 장사 없는 법이다. 대통령 지지율은 김기식 사태로 얼마라도 떨어졌을 것이고 드루킹 사태로 또다시 얼마라도 떨어졌을 것이다. 보수든 진보든 ‘콘크리트 지지율’의 환상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실수는 언제든 있다. 다만 그걸 더 큰 위기의 징후로 받아들여 다시 신발 끈을 졸라맬 것인지, 별것 아닌 걸로 치부하다 더 큰 위기를 자초할 것인지는 여권의 선택에 달렸다. 문재인정부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것은 여권이 아무래도 후자, 즉 더 큰 위기를 자초하는 방향으로 내달리고 있는 것 같아서다. 청와대와 내각의 전면 재정비가 필요하다.

 

 

출처-영남일보

고성국 정치평론가·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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